호흡-'1 초' / Breath - '1 second', Ink on Korean paper, Dimension variable, Installation view, Space k, Daegu, 2014

 

 

 

 

 

이산(離散)과 동화(同化)의 화음

Seeing & Being

 

 

이번 기획전의 제목은 서로 다른 이인(二人)의 작품 전체를 하나의 이미지로 보여주면서, 보이지 않는 내용을 제시해 주는 알레고리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 말이지만 단어의 외양 그 자체가 이미지 역할을 하고 있다. <Seeing & Being>, S와 B의 차이를 둔 채 이루어지는 변주가 눈과 정신에 운동감을 선사한다. 운동감은 전시의 실상을 예고해주고 있다. 기획의 변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표제는 미술의 기본인 ‘선’을 통해 시각의 문제와 존재의 문제를 한 동체의 이면처럼 엮어주며, 각 작가의 특징을 잘 묘사해준다. 임현락의 ‘1초 수묵’과 정미옥의 선과 선이 사라지는 경계의 울림을 이번 전시는 ‘충돌과 화합의 화학작용’이라는 현실적인 동세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며, 의도한 데로 신선한 주목을 끌어 준다. 새롭게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

 

두 작가 모두 각자의 작품에 대해 여러 비평의 시선을 거쳐 왔고, 작가로서의 삶에 대해 진지한 질문과 결단의 과정을 거쳐 왔다. 정미옥의 경우, 전체 작품의 제작과정과 작품의 변화과정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작가가 던지는 실존의 질문에 대해서는 글로 정리된바 있고(박남희, 2007), 임현락의 경우, 정신과 물질 그리고 그 경계를 차지하는 몸의 작용을 1초에 응집시켜, 마치 수묵-행위 자체가 태고적 키아즘이 되는, 그 결정의 순간을 가시화하려 한다는 점. 이 점에 많은 평론가들이 주목한 바 있다. 특히, 그의 들꽃, 흙, 바람, 햇볕에 대한, 미시적인 삶의 주름 속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저공비행(예를 들어, 렉서스 갤러리, 2010)과 그곳을 가시화하려는 열정, 성실에 대해서는 여러 평론가들이 공통된 찬사를 보내고 있다.

정미옥의 경우, 갈수록 중심의 선에 깊이를 더해가고 있고, 임현락의 경우, 한갓 들꽃이면서도 마치 바람이 지나가고 있는 듯, 시선 너머 비가시적인 것의 울림이 웅얼대는 듯, 햇빛이 모이는 중인 듯… 그렇게 그리기 행위가 적중시켜 놓은 우주 실상의 면모가 명료하다. 삶의 주름 속을, 존재의 주름 속을 저공비행한 임현락의 시선은 하늘로부터 땅으로 이어지는 1초 수묵의 대형 설치(대구미술관, 2013)에서 저공비행의 진정한 깊이와 성찰을 엿볼 수 있다. 정미옥이 깊이를 더해가며 선이 색과 울림으로 표상되고, 집중과 몰입을 통한 명료한 임현락의 1초에는 사물의 언어가 몸으로 전달되는 ‘창조적 공-허’ 혹은 ‘창조적 무(無)’가 표상된다. 둘이 만나는 이 지점, 색과 공-허가 배음(倍音)을 일이키는 지점은 ‘비가시적인 것’이 표상되는 바로 이 자리인 듯하다. 우리는 그것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 자리가 스페이스K가 보이려는 화학작용의 발생장소가 되는 것 아닌가. 그리하여 <Seeing & Being>은 스페이스K가 만들어 놓은 연금술의 현장이 된다. 세상 밖에 있든, 삶의 현장에 있든 어째든 비가시적인 것, 그 어딘가에 존재의 근거가 있을 거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자, 알고자 하면서 이를 가시적인 것으로 드러내고자 누군가는, 우리의 지각 속에 지울 수 없는 표식과 분명한 증표를 남기고자 하며, 이에 새로운 언어, 새로운 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무엇보다 혁명적인 일은 ‘이미지를 설립하는 일’이라고 어느 철학자가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둘의 만남은 하나의 시적 언어를 만들 뿐 아니라, 연금술의 전시 현장에서 시적 언어를 발음해보도록, 그 자리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설립해보도록 하는, 일종의 3D영상이나 4D영상이라고 할까. 어쩌면 향기가 났을 것도 같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건인 것만은 분명하다.

좀 거슬러 올라가보자. 아주 옛날, 그러니까 서유럽의 1300년대에 한 작가는 세속의 우리 일상에 대해 거짓말하지 않으면서도, 그리고 세속을 누리면서도 비가시적인 신의 세계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 고민은 미술사의 혁명적 전회로 기록되어 있는데, 바로 선을 중요시하면서도 선의 명료함에 어떻게 저 비가시적인 것을 묻혀낼 것인가 혹은 세속의 인간들을 어떻게 경계 너머로 이끌 것인가를 고민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바로 이 ‘보기와 존재하기’를 고민했던 것이다. 그자의 고민을 현대 철학자는, 선을 세우되 색의 깊이를 운영하는 것, 그리고 ‘행위 속에서만’ 만남이 이루어지도록 그렇게 고안한 것이며, 이 점이 혁명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소박하게 이렇게 말해도 된다면, 우리는 이미 수묵을 통해 경계 이편과 저편에 대해, 말하자면 인간과 우주의 소통에 대한 감(感)이 계통발생적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쨌든 이렇게 서구의 먼 옛날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현재의 <1초 수묵>과 <집적>을 반추해보는 것은, <보기-존재하기>가 두 작가의 작업에서 뿐 아니라, 이 둘을 묶으며 던지는 질문과 전망이 모두 ‘어떤 근본적인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 이다. 아마도 이 때문에 ‘보기-존재하기’라는 창조적 충돌의 울림이 멀리 퍼지는 것인가 생각해본다.

 

이 전시 이전, 각 작가와 작품에 대한 훌륭한 평론이 다수 있고 거기에 새로이 덧붙일 말은 없는 듯하다. 작품들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의 사건으로 ‘보기-존재하기’를 맞이한다면, 생산적 충돌로 인해 각 작품은 더욱 빛난다. 화학작용. <선으로 기본을 세우되 색을 통해 아주 멀리까지 가보는 것, 1초라는 찰나에 집중하지만 우주를 활수하는 것, 그것을 지금 여기에서 이미지로 그려보는 것>, 이 세항의 얽힘을 통과해서 우리에게 보이는 작품은 미술사적 맥락의 배수진 없이도 단독적이며, 향후 이 단독성의 변주, 화학작용을 기대하게 된다.

 

-남인숙(철학박사/미술평론)

 

 

 

 

 

 

 

호흡-'1 초' / Breath - '1 second', Ink on Korean paper, Dimension variable, Installation view, Space k, Daegu, 2014

 


 

바람이 일다 / The wind is rising, Ink on Korean paper, per 46x53cm(3pieces), 2014

 

호흡-'1 초' / Breath - '1 second'

Ink on Korean paper, Dimension variable, Installation view, Space k, Daegu, 2014

호흡-'1 초' / Breath - '1 second'

Ink on Korean paper, Dimension variable, Installation view, Space k, Daegu, 2014

호흡-'1 초' / Breath - '1 second'

Ink on Korean paper, Dimension variable, Installation view, Space k, Daegu, 2014

호흡-'1 초' / Breath - '1 second'

Ink on Korean paper, Dimension variable, Installation view, Space k, Daegu, 2014

호흡-'1 초' / Breath - '1 second'

Ink on Korean paper, Dimension variable, Installation view, Space k, Daegu, 2014

호흡-'1 초' / Breath-'1 second'

Ink on Korean paper, per 72x72cm(4pieces), Installation view, Space k, Daegu, 2014

 

호흡-'1 초' / Breath-'1 second', Ink on Korean paper, 72x72cm, 2014

 

호흡-'1 초' / Breath-'1 second'

Ink on Korean paper, 72x72cm, Installation view, Space k, Daegu, 2014

 

호흡-'1 초' / Breath-'1 second', Ink on Korean paper, 72x72cm, 2014

 

바람이 일다 / The wind is rising

Ink on Korean paper, 46x53cm, Installation view, Space k, Daegu, 2014

 

바람이 일다 / The wind is rising, Ink on Korean paper, 46x53cm, 2014